젊음팔이
문득 이십대 직원들을 보며 든 생각이다.
저 아이들 나름 여기까지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
학교 다닐때도 마냥 즐거울수는 없고, 대학 졸업반때는 막막하고, 하루에 두탕씩 면접 뛰며 엉엉 울기도하고, 그러다 지칠때쯤 기적처럼 회사에 붙었을때 그 기분. 부모님께 더는 폐를 안끼쳐도 된다는 안도감.
지금은 지긋지긋해서 휴가때는 일부러 돌아갈만큼 회사 근처에는 오고 싶지도 않지만 한때는 삼성역에 즐비한 빌딩숲을 사원증걸고 유유히 걷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그래, 그랬던 적이 있었다.
남들이 보면 보잘것 없는 것들이지만 정말 볼품없고,
조그맣고, 아무것도 가진것 없던 어린 여자가 애쓰고 애써서 나름 무에서 유를 만들어 냈다. 시간이 지나 지금 나는 여전히 크게 잘란 구석은 없지만 내가 쌓아올린 것들이 나를 만들어 탄탄하다. 스스로도 대견하다.
나는 다시 이십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때의 고단함들이 겨우 지금의 여유를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점점 더 성장할수 있는 다음의 내 나이가 좋지 혼란의 카오스 속에서 하우적대던 나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눈꼽만치도 없다.
꼰대라 부르며 나이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데 나는 배울것 없는 어린 친구들에게 내 금쪽같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내가 가진 한정된 에너지를 굳이 나눠야 할 필요성과 가치를 못느끼면 그 누구와도 절대 일분 일초도 나누지 않는다. 그 시간에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 차라리 잠을 잔다.
그런데,
회사에서 보조 업무라 칭하는 업무을 정말 묵묵히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는 아이를 보며 그냥 예전의 내가 떠올랐다. 나같이 차갑고 남 일에 간섭하길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 이렇게 가끔 꽂힐때가 있다. 그렇다고 개인적으로 도울생각은 없다. 본인이 와서 적극적인 도움을 어필하지 않은 이상 이 세상 누구도 당신의 문을 열어주는 사람은 없다.
그냥 그랬으면 좋겠다.
내가 쓰는 글들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누군가에게는 용기가 될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나는 그때의 나를 되새기며 다시 지금 잘 살수 있는 용기를 낼수 있지 않을까.